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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노력해서 되는 것도 있다

케이팝—노력해서 되는 것도 있다

<K팝스타6>의 양현석과 박진영이 그 어느 때보다 흥분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통해 걸그룹을 키울 수 있는 절호의 시기이기 때문이다. 애청자라면 이미 알겠지만 <K팝스타6: 더 라스트 찬스>는 시즌 최초로 참가 제한을 없앴다. 정말 마지막이라고, 기회의 문이란 문은 모두 열어놓은 것이다. 그렇게 현직 가수가 도전할 수 있었고, 소속사가 있는 아이돌 연습생들이 ‘탑10’의 자리를 꿰찼다. 물론 YG나 JYP 연습생들은 지원할 수 없었다. 그래도 이번 시즌의 화두는 단언컨대 걸그룹이다. YG걸스와 JYP원스의 대결이 한 회의 마지막 장면을 장식하지 않았던가. 걸그룹 연습생들을 향한 심사의원들의 애정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해바라기 양 사장은 첫눈에 반한 크리샤 츄에게 끊임없이 구애를 던져왔고, JYP는 왜 지금에서야 나타났나며, 특유의 다 주겠다는 표정으로 감격의 몸서치를 치고 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나에게 <K팝스타6>는 예쁘장하고 패기 넘치는 청춘들의 수준 높은 장기자랑의 이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오히려 안쓰럽다. 없는 여동생 같기도 하고. 엄마 친구의 딸이나 아들, 또는 친구처럼 친근하기만 하다. 몽글몽글한 팔다리에 아직 피고 있는 얼굴로 찡긋거리는 어린 참가자들을 보면 잘한다고 감탄하기 전에 장하다는 마음이 앞선다.  

 

내가 기획사 사장이 아니어서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다 된 밥을 즐길 줄을 알아도, 가능성은 볼 줄 모르니까. 마치 전문가처럼 케이팝의 미래를 걱정하고, 평가하려는 게 아니다. 그럴 입장도 되지 못한다. 난 사실 ’케이팝’하면 딱 떠오르는 음악은 거의 듣지 않는다. 잘 짜인 군무, 폭발하는 고음과 냉면 면빨 뚝뚝 끊어지듯 쉴세 없이 바뀌는 멤버의 파트로 구성된 ‘아이돌 음악’에서 음악성을 찾는 건 내게 어려운 일이다. 스타는 태생부터 스타의 자질을 갖고 태어났다고 믿는 쪽이다. 100% 수작업으로 이뤄진 곡이 곧 음악이라고 고집하는 건 아니지만, 음악인이라면 최소 음악 작업의 큰 그림을 주도하고 지휘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지난주 19일 26회에서 양현석이 성유진 참가자에게 했던 말과 같은 의견이다. “본인의 매력은 본인이 찾아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걸 누가 절대 찾아 줄 수 없을 거라 생각해요. 이건 성유진 양한테만 드리는 말씀이 절대 아닙니다. 이 방송을 보고 있는, 가수가 되고 싶은 모든 사람한테 얘기를 해주고 싶어요. 결국엔 개성 있는 가수만이 살아남더라고요. 박진영 씨 같은 가수가 한 명도 없잖아요. 지금 나와 있는 모든 성공한 가수들을 보면, 그 같은 사람이 없더라고요.” 그렇다. 음악에 격려와 협업은 있을 수 있어도 보모는 없어야 한다. 음악은 외길이어서 예술이다.  

 

여기서 반전 없는 고백 하나 하겠다. <K팝스타6>의 참가자 중 내 마음 속의 스타는 없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텍사스에서 온 이성은을 보고 산골짜기의 정수되지 않는 폭포수같다고 느낀 적은 짧게나마 있지만, 지금 내가 언급하고 싶은 건 ‘걸그룹’이다. 타고난 춤선에 연습량까지 어마어마하다는 김소희. 무대에 오른 순간 스타 같은데 얼굴까지 예쁘다는 크리샤 츄. <K팝스타6> 연습생 도전자들이 무대에 오를 때마다 TV 속 심사의원들은 상상초월의 월척을 낚은 것처럼 놀라움을 금치 못했지만, 나는 반대로 그들의 반응이 더 신기했다. 그래서 진심으로 알고 싶었다.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기획사를 이끄는 아이돌 전문가, 양현석과 박진영이 걸그룹 연습생들에게 열광하는 이유가 대체 뭔지. 좋고 싫은데 무슨 이유가 있나 싶다가도 해질 무렵의 노을진 바다를 보며 생각을 바꿨다. 취향을 내려놓고 <K팝스타6>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케이팝에는 노을이 가진 대중성이 있다. TV와 길거리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들려오는 음악이며 해외 특정 곳곳에서도 마니아층의 인구로부터 열렬히 사랑받고 있다. 외국인부터 재외동포까지 한국으로 날라와 케이팝 스타가 되고 싶어하는 걸 보면, 케이팝에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게 틀림없다.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 <K팝스타6>를 틀 때마다 더욱 정성스럽게 보고, 귀를 기울었다. 자신감이 생긴 이수민에게는 나이에 비해 성숙하면서도 도도한 공기가 짙어지고 있다. 김혜림과 고아라는 정말 원래 알았던 친구처럼 호흡이 좋은 데다, 무대를 통해 전해지는 열정과 연습량이 대단하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노련미에 한 번 놀라고, 그것보다 그들의 절실함에 여러 번 놀랐다. 인정한다. 하지만 무대 자체에는? <K팝스타>라는 프로그램의 틀을 떼어내면 내가 이런 무대와 음악에 순수하게 빠져들 수 있었을까? 아니다. 분명히 채널을 돌렸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음악에서는 특별함을 찾지 못했다. 개인의 취향이 가진 감성은 굳건했다. 

 

새롭게 본 건 따로 있다. 뜻밖에도 케이팝이 가진 힘은 음악이 아닌 케이팝의 본질에서 발견했다. “음역대로만 보자면 혜림 양은 약간 '신계'에요. 보컬리스트에서도 보기 드문 경우, 혜림 양 같은 친구가 팀에 있으면 고음은 해결되는 거예요. 작곡자나 프로듀서 입장에선 편리한거죠.” 적당한 재주에 적당한 끼를 갖춘 걸그룹 연습생 김혜림을 앞에 두고 유희열이 한 말이다. 듣고 보니 아이돌 그룹 제작자는 애초에 스타를 발굴할 마음이 없었을 수도 있다. 그들은 오히려 스타가 갖춰야 할 자질을 나누어 찾는다. 고음이 되는 멤버 한 명, 관객을 사로잡을 비주얼 멤버 한 명, 예능에서 빛을 보일 멤버 한 명, 춤을 기가막히게 추는 멤버 한 명, 뭐 하나 기똥차게 잘 하지는 않지만, 두루두루 끼를 갖춘 멤버 한 명. 이렇게 제작자는 스타의 일부분을 한 개인에게서 찾고, 이런 인물들을 잘 조합해 스타의 완전체, 아이돌 그룹을 탄생시킨다. 개인의 강점은 더 단단하게 키워주고, 부족한 점은 피나는 연습을 통해 메꿔주는 식이다. 

 

스타를 꿈꾸는 청춘들은 아마 이 노력형 시스템에서 큰 감동을 얻을 것이다. 알게 모르게 케이팝은 연습이 곧 스타를 만든다고 말하고 있다. 아무리 평범한 학생이라도 스스로를 믿고 열심히 노력하면 스타가 될 수 있다. 이것이 케이팝의 숨은 본질이다 (스타를 찾기 위한 실용적이긴 접근이기도 하다). 잘 제작된 음악, 화려한 무대, 맞춤형 의상과 메이크업, 그리고 수년간의 연습 기간을 덜어낸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을 개별적으로 보면 꽤 수수하다. 아티스트 형 가수처럼 개성이 뚜렷한 것도 아니고, 스스로 음악을 제작하는 멤버도 거의 없다. 그래도 이들은 전문가의 지도와 노력을 통해 스타가 되어 TV에 나온다. 각이 딱 떨어지는 군무를 추고, 자신에게 딱 어울리는 노래의 일부분을 잠깐, 준비한 만큼 부른다. 관객은 그 모습에 반한다. ‘부모 미소’를 짓는다. 어쩌면 케이팝이 가진 힘은 대중의 무의식에 있을 수도 있다. 프로의 손길을 거쳐 프로의 모습으로 성장한 아이돌 그룹의 멤버를 자세히 보면 아들, 딸이나 옆집 친구의 얼굴이 비춰진다. 거울 같기도 하다. 기특하고 대견하다. 누구나 스타가 될 수 있다는 건 결국 나도 스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니까. 노력해서 사랑받을 수 있다면, 노력해서 정말 되는 것도 있다면 케이팝은 엄청난 희망을 주고 있다.

 
Open call for sh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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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re all K-Pop St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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